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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형별 시공사 선정시기 변천사

유형별 시공사 선정시기 변천사
Photo by Sigmund / Unsplash

한국의 부동산시장에서 시공사의 지위는 절대적 입니다.

진짜 사업의 주체는 부동산개발사(시행자 또는 조합)임에도 불구하고 시공사의 브랜드 (힐스테이트, 자이 등)를 걸고 상품을 팔고 있으며 심지어는 대부분의 금융기관은 건설사의 신용보강, 책임준공을 필수적으로 요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재건축/재개발에서는 시공사의 영향력은 더더욱 절대적입니다. 위에서말한 브랜드 부터 초기 자금대여, PF시 신용보강, 인허가 지원, 분양까지 모든 부분에서 시공사가 대행/또는 조언해주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조합들은 그리하여 시공사를 조기에 선정하기를 원합니다. 항상 실적에 목마른 시공사들도 조기에 본인들의 지위를 확고히 하고 싶어합니다. 그럼 시공사 선정은 언제하도록 법에는 되어있을까요?​

재건축/재개발의 모든 항목이 그렇듯이, 시공사 선정시기도 수많은 변화가 있었으며, 그 변화에는 역시 나름의 뒷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최근, 서울시가 사업시행인가이후로 가능했던 시공사 선정시기를, "신통기획의 경우는 조합설립인가이후"로 변경하였습니다. 이에 맞춰, 한번 도시정비의 시공사 선정 변천시기를 알아보겠습니다.

[단독]서울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 ‘조합설립 이후’로 앞당긴다
서울시가 정비사업 과정에서 시공자를 선정하는 시점을 조합설립 이후로 앞당기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 9일 서울시 등에 따...

1.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이전 - 민간 자율시장

(추진위 시절부터 선정가능)

재개발/재건축의 알파와 오메가, 도시및 주거환경정비법은 2003년에 지정되었습니다 (정확히는 2002년 12월)

그전에는

재건축은 주택건설 촉진법,

재개발은 도시재개발법,

주거환경개선사업은 도시저소득주민의 주거환경개선에 관한 법률

​로 각각 따로 법이 있었습니다.

통합된 법이 없이 주택법, 공동주택관리법, 민법등에서 필요한 법을 빼다 쓰는 리모델링사업이 떠오르죠? 네 맞습니다.

​이때도 법이 각각이고 통일된 거시적 법이 없었기에, 각 사업마다 부족한 것은 필요에 따라 자기 편한대로 다른 법에서 차용해서 썼었습니다.

​그러니 시공사도 당연히 빨리 뽑았겠지요. 초기의 건설사는 무려 "추진위(!)"에 선정되었습니다. 이때 건설사는 "공동시행자"라고 불리며 동의서징구, 비용 지원 등을 했습니다 (와!)

(건설사 도시정비팀중 2000년초부터 있던 사람들은 동의서 징구 동타기등 정비업체처럼 일하셨던 분들입니다..리스펙 해주세요..)

그리고 조합이 설립되면 "00건설은 공동시행자로서 당 조합의 설립에 지대한 공헌을 하였으므로 시공사의 지위도 인정하는 것에 대한 의결"을 총회에 올렸습니다.

​네? 1개사만 올리면 무효 아니냐구요? 그때는 그런거 없었습니다. 그냥 과반수만 찬성하면 왠만한건 오케이가 그때 상황이었습니다. 2000년초만해도 재개발/재건축은 민간의 영역이므로 공공이 개입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거든요.​

2. 노무현 정부 출범 - 재개발재건축은 민간사업이 아니므로 정부개입이 필요하다 !

(최소한 조합설립인가는 나야 시공사를 뽑을수 있다 !)

그러다가 노무현 정부가 들어섭니다. 노무현 정부는 재건축/재개발을 서민들을 내쫓는 철거정책이자 집값을 폭등시키는 주범으로 간주했죠. 그리고 그 뒤에는 건설사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즉, "평화롭게 살고 있던 원주민들을 일부 건설사들이 선동하여 재건축을 하자고 꼬시니 앞으로 건설사는 단순도급에만 준할 것이며, 공동시행등 초기 조합간의 접촉을 엄금"하도록 하였습니다.

가만히 살고있는 사람들 부추기지 말고 진짜 사업이 궤도에 오르면  (사업인가가 나면) 건설사가 진행하라는거죠.

그것을 위해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으로 중구난방이었던 재개발/재건축 법들을 단일화하고, 인허가부분에서도 많은 변화를 주었습니다.

"개인사업이므로 알아서"하라는 분위기에서 "공공의 개입이 필요한 일"로 인식을 전환한거죠.

이렇게 2003년 시작된 도정법은 시공사 선정은 재개발/재건축 양쪽 공히 사업시행인가로 시작되었습니다

그래서 추진위때 공동시행자 등으로 시공사가 선정된 지역은 2006년 이전에 조합설립인가를 내서 추인을 받아야 했죠...은마아파트. 잠실주공5단지등의 초기사업장임에도 불구하고 시공사가 있다는 구역들은 대부분 이때의 흔적인 것입니다

(물론 법적 지위는 2006년 08월 이후 상실되었습니다)​

3. 이명박 vs 오세훈 - 지방과 서울

(서울은 사업시행인가가 나야 시공사선정이 가능하다!)

추후 시공사 선정시기는 2006.05.24일 재개발은 기반시설을 개선하는 공공성을 감안하여 조합설립인가이후로 변경되었습니다.

하지만 재건축은 투기의 성질이 더 강하므로 여전히 사업시행인가 이후에 있다가, 2009.02.06일 친부동산 정권인 이명박 정부시절 재건축도 조합설립인가 이후로 시기를 앞당깁니다

자금도, 인허가 여력도 없는 조합에게 시공사를 나중에 뽑으라는 것은 결국 검은돈의 유혹에 더 빠지기 쉬운 환경을 만들수 밖에 없다는걸 현대건설 OB출신인 이명박 대통령은 잘 알았을 겁니다.

그런데 서울의 경우 바로 통수(?)를 맞게 되죠​. 2010.07.16 오세훈시장이 시즌 1에 서울에만 해당되는 "공공관리자제도"를 도입한 것입니다.

공공관리자제도는 아이러니하게도 노무현정부의 관점인 "약한 주민들을 시공사가 선동할수 있다"라는 관점에서 만들어졌죠.

즉, 도정법 초창기대로 재개발이든, 재건축이든 사업시행인가이후로 시공사 선정을 미룬 것입니다. 단, 이미 시공사 선정을 미룸으로서 자금지원 등으로 인하여 오히려 도시정비시장이 복마전으로 바뀌는 것을 보고, 서울시에서 초기 자금을 운영한다는 복안을 마련했죠. 하지만, 아시다시피 그 자금규모는 미미했고. 효과는 크지 않았습니다.

4. 의외로 뜻이 맞은 오세훈과 박원순 ? - 공공시행자 방식 도입

(공사비 검증을 위한 건축심의)

그러다 오세훈 시장님이 박원순 시장님과 시장직을 건 투표에서 물러나고 고 박원순시장님이 새로 시장이 됩니다. 사상이 다른 두 시장이기에 박원순시장은 한강고층제한 등 기존 오세훈시장의 정책을 대부분 바꾸거나 축소하였는데요, 바꾸지 않은 몇몇 정책중의 하나가 바로 이 "공공관리제"였습니다. 즉, 서울은 시공사 선정을 여전히 사업시행인가 이후에 한다는거죠.

이에 많은 여론, 국토부마저도 서울시에 다른 의견을 개진했습니다. 하지만 박원순 시장은 입장을 굽히지 않았죠. 초기 자금이 부족함에 따른 부작용은 인지하나, 지금처럼, 당시도 시공사를 너무  빨리 선정함에 있어서 공사비 협상에 따른 부작용이 여기저기 나오고 있었거든요 (역사는 반복되네요..)​

그러므로 시공사를 일찍뽑으면 결국 이런 문제가 생길것이라고 생각한 서울시는 2016.06.10일  공동시행방식을 도입합니다. 공공관리제를 지탱했던 논리중 하나가 "사업시행인가이후 시공사를 뽑으므로 내역입찰을 할수 있어서 시공사의 바가지 공사비에 대응할수 있다"가 골자였습니다.

만약 시공사를 조기에 뽑으면 이 장점이 사라지므로,적어도 건축심의는 나야 위 내역입찰을 할수 있으니 공동시행자 방식을 도입하면 건축심의 이후 시공사를 뽑을수 있게 바꾸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시공사 선정을 빠르게 해주려는 의도가 아니라..시공사선정을 앞당기라는 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전략이었죠. 실제로는 건축심의나 사업인가나 큰 의미가 없고 무엇보다 공동시행자 방식시 시공사의 리스크가 컸기때문에 시공사에서는 꺼리는 종류가 되었습니다.

5. 절반의 독립 ? - 신통기획시 서울시 시공사 선정 조기화 !​

자, 그리고 이제 최후의 변화입니다. (글이 길었네요...)

재건축 재개발은 이제 주식못지않은 대중적 투자처가 되었고, 국토부와 업계인만이 아닌, 일반인들마저도 왜 시공사를 서울만 늦게 뽑는지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하지만 다시 시장에 오른 오세훈 시장도 본인이 만든 공공관리자제도를 바꿀 마음이 전혀 없었고 변화는 지지부진했습니다. 이에 결국 당을 초월한 노력(?)이 발생했고, 결국 2022년 12월 19일. 서울시 조례개정이 통과되었습니다.

드디어 서울시에서도 조합설립이후 시공사선정이 가능해졌습니다만, "신통기획"인 사업지만 되는걸로 한정하였습니다. 역시 이유는 공사비 등의 협상에서 조기선정의 부작용을 일으킬수 있다는 거였죠.

이로서 현재까지 시공사 선정의 변천사 주요과정을 살펴보았습니다. 생각보다 글이 길어져서 재미보다 사실위주로 나열하게 되었고 이 외에도 소규모재건축, 신탁방식도시정비, 토지등소유자 방식 등에 따른 외전도 있으나..더 늘면 여러분들의 머리에 혼란만 가중시킬수 있으므로...지금까지 설명을 정리하는 선에서 글을 마치겠습니다.